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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아닌 한 구단의 대표이사로 K리그에 복귀한 조광래 (사진=대구FC)

축구인 조광래가 K리그 현장으로 돌아왔다. 2010년 7월 경남FC 감독으로 재임 중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뒤 4년여 만이다. 그런데 그의 직함은 감독이 아니다. 대표이사, 즉 사장이다. 대구FC는 2003년 창단된 K리그 최초의 시민구단이다. 지난 9월 대구 단장으로 부임했던 조광래 사장은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의 지원 속에 10월 1일자로 대표이사를 겸직하며 팀의 전체적인 운영을 이끌게 됐다. 축구 선수 출신으로 K리그 구단의 대표이사가 된 경우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조광래 정도의 네임밸류를 지닌 스타플레이어이자 성공한 감독이 사장으로 한 구단을 맡게 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축구를 하고, 가르치는 것 밖에 모를 거라는 축구인을 향한 편견에 대한 도전인 셈이다. 그래서 감독이 아닌 사장 조광래가 앞으로 이끌어 갈 대구FC의 행보에 더 관심이 모인다.

대구스타디움 내에 위치한 대구FC 사무실의 접견실에서 만난 조광래 사장은 조광래 감독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외견 상으로는 트레이닝 복이 아닌 말끔한 정장 차림에 뿔테 안경을 한 것 정도가 차이였다. 이틀 전 열렸던 경기를 복기하는 모습에선 아직도 감독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창단 11년 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반이 약하고 2부 리그인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된 뒤 침체 일로를 겪고 있는 대구FC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생각을 묻자 그의 머리와 입에서 나오는 답은 한 구단의 사장으로서 손색이 없었다. 조광래 사장은 인터뷰에 앞서 던진 물음에도 분명하게 답했다. “불과 2년 전까지 한국 축구의 최고봉인 대표팀 감독을 했던 만큼 사장이라는 위치와 권한을 갖고 코칭스태프가 경기를 준비하고 치르기 위한 선택에 간섭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는 “축구계에 그런 폐단이 있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게 더 조심스러워진다. 경기 전과 경기 중 간섭은 절대 없다. 경기 당일 라커룸에 가면 안 된다는 게 사장으로서의 내 원칙이다. 경기에 대해선 끝난 뒤 서로가 생각을 공유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단 한번도 황금기라 할 수 있는 시간이 오지 않은 대구FC를 끌어올리고 앞으로의 10년을 위해 무언가를 채워야 하는 도전 앞에 선 조광래 사장의 결론은 하나였다. 본질은 축구라는 것.

조광래라는 브랜드의 영향력과 인지도는 높다. 대구 시민들에게 녹아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사진=대구FC)
- 사장님이라는 호칭이 아직 어색하다.(실제로 인터뷰 중 기자는 수 차례 ‘감독님’이라고 불렀다) 지도자에 대한 미련이 분명 있었을 텐데 대구FC에서 경영을 하게 됐나?

고민을 많이 했다. 감독에 대한 미련이 왜 없었겠는가? 특히 2010년에 대표팀으로 갈 때 경남FC 팬들에게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고향인 진주에서 축구교실을 하면서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다렸던 것도 사실인데 경남FC에선 더 이상 나를 원치 않는 것 같았다. 그 사이에도 다른 구단으로부터 감독 얘기는 있었지만 여러 여건 상 쉽지 않았다. 지도자를 하면서 이미 십수년 전부터 다음 단계에 대한 꿈과 준비가 있었다. 구단 행정과 경영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우연찮게 대구FC에서 그런 제안이 왔을 때 그 동안 마음 한구석에 있던 꿈에 불이 붙었다고 할까? 대구는 대한민국 제3의 도시다. 이런 큰 도시의 프로축구단이 활성화가 되어야 K리그와 한국 축구 전체가 활성화될 텐데 그 동안 밖에서 보면서 안타까웠다. 대구FC에 대해 많은 분들과 신중하게 얘기를 나눴고 희망을 봤다. 대구 축구를 한번 살려보겠다는 각오로 지원을 했다. 내가 현역일 때 시민운동장에서 슈퍼리그를 하면 정말 관중이 많이 왔다. 그 추억을 안고 대구에 왔고, 그 시절을 다시 가져오는 게 내가 할 일이다.

-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보겠다. 대구FC는 세 가지가 없다. 관중이 없고, 프로축구를 위한 시설이 없고, 시와 기업의 지원과 관심이 없다. 동의하는가?
그래서 걱정을 했고 실제로 와서 보니까 여러 부분에서 문제의식이 생겼다. 대구FC의 문제는 간단하다. 지난 11년 간 팀의 방향이 잘못됐다. 전임 사장님, 단장님들의 열정과 능력을 인정한다. 하지만 현실을 보자. 창단 11년이 된 팀인데 밑바탕이 너무 안 돼 있다. 아직도 클럽하우스와 연습구장이 없다. 팀을 키우고 선수를 키울 제반환경이 없다. 축구 팀에서 가장 큰 상품은 축구다. 그것을 키우는 건 선수고, 그 선수의 강화가 곧 팀의 성장이다. 축구와 동 떨어진 것들에 너무 치중해온 것 아닌가 싶다. 홍보와 마케팅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우선 축구가 안 되면 아무리 홍보하고 마케팅을 해도 안 된다.

- 축구팀의 가장 중요한 상품은 축구라는 얘기가 인상적이다. 사실 지금의 K리그는 상품은 별로인데 프로모션만 화려한 경우가 많다.
지난 시즌까지 대구FC가 여러 면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1부 리그에서 정상적인 경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 시즌 2부 리그로 떨어지니까 관중이 안 온다. 지금 대구FC의 발등에 떨어진 가장 큰 불은 홍보도, 마케팅도 아니고 축구다. 축구가 제대로 살아났으면 이런 위기가 왔을까? 2부로 떨어지면서 모든 게 어려워졌다. 관중 떠나고, 스폰서 떠나고, 관심 떠났다. 축구가 재미있어야, 1부 리그에서 계속 경쟁을 하며 대구FC가 무얼 하고 있는지 사람들이 알아야 한번 오고 다음에 또 온다. 사장이 되고 나서 스폰서를 구하기 위해 지역 내 기업을 만나 보면 가장 먼저 얘기하는 게 성적이다. 2부 리그 팀이니까 투자를 주저한다. 자기들 광고 효과가 없다는 거다. 좀처럼 후원 금액을 올려주지 않는다. 거기서 실감했다. 1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축구 그 자체다. 그게 본질이다.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구FC에 취임하면서 기술경영을 하겠다고 했다. 거기서 기술은 축구라는 본질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홍보와 마케팅을 배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대구FC엔 좋은 유산들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사고와 방향을 바꾸자는 거다. 축구를 위한 홍보, 축구를 위한 마케팅이 필요하다.

- 대구FC는 시민구단이다. 이 시민구단이 돌아가는 것은 기업구단과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 지자체장이 실질적 구단주고 그의 영향력에 많은 것을 기댈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에서 얼마나 교감이 있나?
현실적인 문제다. 시도민구단들은 그 부분을 절대 외면할 수가 없다. 언젠가는 그런 부분에서 벗어나 자립성을 키워야겠지만 지금의 과도기에선 그 부분을 영리하게 활용해야 한다. 다행히 경남FC 시절에 경험을 해 본 게 큰 자산이 된다. 권영진 시장님은 축구 코드를 갖고 있다. 많은 스포츠, 특히 축구에 대한 열정이 많은 분이다. 매주 두 차례 동호회에 나가서 축구를 하는 분이다. 지역 사회의 경쟁력을 살리는 데 있어 문화, 그리고 스포츠의 영향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이 왔다. 내게 가장 먼저 대구 축구를 살릴 방법이 뭐냐고 물었다. 그때 “우선 축구를 살려야 한다. 그 다음에 행정이 따라와야 한다”고 했다. 거기에 호감을 표현했다. 그리고는 시장님 본인과 시에서 가능한 지원은 최대한 하겠다고 약속했다. 여러 부분에서 조금씩 진전이 되고 있다.

대구FC의 조광래 사장과 구단주인 권영진 시장. 취임 당시 두 사람은 승부차기 대결을 가질 만큼 축구에 대한 코드가 통한다 (사진=대구FC)
- 대구FC를 지켜봐 온 팬들로서는 시의 적극적인 협와 지원이 가능하다면 클럽하우스와 전용연습장, 그리고 전용구장 문제를 해결하길 원할 것이다.

전용구장은 숙원 과제지만 최우선 과제는 아니다. 그건 물리적인 시간이 돈이 많이 든다. 전용구장도 시에서 구상 중이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클럽하우스와 연습구장이 시급하다. 뒤에 창단한 다른 시도민구단이 푼 문제를 11년 간 풀지 못했던 건 분명 어느 지점에서 문제가 있었단 얘기다. 일단 구단주인 시장님의 도움을 약속 받았다. 무리는 하지 않겠다. 신축보다는 있는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 시설관리공단이 갖고 있는 시설이 있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 때 썼던 시설을 클럽하우스로 임대할 예정이다. 연습구장은 월드컵보조구장을 장기 임대하려고 한다. 슈팅 훈련 등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펜스나 그물 같은 걸 설치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장기 임대가 필수다. 강변구장도 3면 중 1면을 장기 임대해서 두 곳을 병행해서 활용할 생각이다. 강변구장의 경우는 시민들이 같이 쓰기 때문에 관리가 엉망이다. 우리가 잔디를 관리하고, 시설을 보강해야 한다. 그 정도 협조는 가능하다고 본다.

- 대구시는 축구불모지라는 인식이 있다. 축구보다는 야구의 도시라는 거다. 대구가 창단 후 한번도 뜨거운 축구 열기가 붙지 않았던 것은 팬층이 적다는 얘기가 아닐까?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축구불모지라는 얘긴 많이 들었다. 하지만 대구시 인구가 250만명인데 그 사람들이 다 야구만 좋아할 일이 있겠나? 야구의 경우는 긴 시간 정착을 했고 좋은 선수를 데려오고 꾸준히 성적을 냈기 때문에 문화로 정착을 한 거다. 대구의 축구 열기는 아래로 가 보면 안다. 생활축구동호회에 두 차례 나갔는데 열기가 굉장하다. 대구시 공무원 축구대회도 열린다. 동호회 활동은 굉장히 활성화돼 있다. 그들을 어떻게 끌어올지 고민하는 게 우리의 몫이다. 어떤 방식이든 축구를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가야 한다. 내가 직접 경기를 뛰어서라도 그 분들을 경기장으로 데려오겠다. 무슨 방법이든 찾겠다. 우리 대구FC도 생활축구동호회를 만들 것이다. 시에서 하는 각종 대회에 참가하면서 가족이라는 의식을 갖고 접근하겠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가장 쉽게 끌어들이는 건 결국 축구 아니겠는가?

- 대구 출신 축구인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 사회나 축구계가 배타적으로 대한다는 느낌은 못 받았나?
그런 건 없다. 흔히 얘기하는 대구 사람들의 배타성을 처음엔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딜 가도 반갑게 맞아주신다.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조광래라는 브랜드를 성실히 키워온 것이 이럴 때는 힘이 된다. 일단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것 같다. 내가 대구 사람이 아니니 애착이 부족하지 않겠냐고 하지만 돌려 말하면 대구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누구의 편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다. 축구인들과도 열린 자세로 함께 하겠다. 대구FC가 잘 되는 게 대구 지역사회와 축구계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 홈 경기도 여러 번 치렀다. 최근 대구FC의 홈 경기엔 천명도 안 들어오고 있다.
실망을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니까 인정하기로 했다. 2부리그로 내려오고 관중 수천명이 증발했다. 그만큼 대구FC에 애착과 충성도를 가진 팬층이 적다는 얘기다.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팀을 끌어올려야겠단 생각이 더 강해졌다. 당장 앞을 보지 않고 멀리 보고 가겠다. 예산 편성도 그렇게 가야 한다. 유소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속적으로 갈 수 있는 구단이 되어야 한다. 당장 급하다고 관중을 모을 이벤트에 올인하면 다시 2부 리그로 내려갔을 때 고생한 게 무용지물이 된다.

조광래 사장은 여러 전략 중 특히 선수 육성과 유소년 축구를 통한 저변 확대에 가장 확실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 (사진=대구FC)
- 역시 유소년 얘기를 강조하신다. 조광래라는 브랜드에서 선수 육성을 빼놓을 수가 없다. 대구FC에서는 경영자로서 그 부분에 대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

대구FC는 돈을 많이 주고 모두가 다 아는 유명 선수를 데려올 수 없다. 그렇다면 좋은 선수를 보유하는 것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다. 우리가 좋은 환경을 만들고 그 안에서 좋은 훈련 프로그램으로 선수를 키워내면 된다. 우선 두 가지 전략을 세웠다. 하나는 대구FC의 유소년이라는 개념의 확대다. 우리 클럽 산하에 있어야만 대구FC의 유소년 선수가 아니다. 대구시 전 지역의 학원축구에 있는 아이들이 대구FC의 유니폼을 입는 것을 꿈꾸게 해야 한다. 그들까지 다 품어야 한다. 아까 배타성 얘기를 했는데 대구FC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이들만 지원하지 않겠다. 일단 내년도 유소년 예산을 늘릴 것이다. 대구 지역의 초,중,고교를 보면 유망주들이 다 외지로 간다. 최근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이명주다. 이명주는 대구 화원초등학교를 나왔다. 그런데 중학교부터 포항으로 갔다. 그런 잠재력이 있는 선수가 있으면 대구FC로 끌어와야 한다. 대구에서 자란 인재들이 다 다른 팀에 가서 활약하고 있다. 그건 잘못된 거다. 우리가 지원을 안 하니까 다 대구를 외면하는 거다. 있는 재정 안에서 쪼개서라도 그 쪽에 줄 거다. 10년 동안 육성을 외면했는데 다음 10년을 위해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

- 흥미로운 발상이다. 선수 육성을 위한 두번째 전략은 무엇인가?
유망주들 중 프로로 올 수 있는 선수들의 육성에 다른 팀보다 더 지원을 해서 경쟁력을 키울 것이다. 앞으로 대구FC는 B팀을 보유할 계획이다. 20세부터 23세 사이의 선수들로 팀을 만들 것이다. 이 팀은 챌린저스리그(프로축구-K리그 클래식, K리그 챌린지-와 실업축구-내셔널리그-를 제외한 순수 아마추어리그 중 최상위 리그, 대한축구협회가 관장한다)에 참가해 경기를 치르게 된다. 훈련은 프로팀과 함께 하고 외부에서 실전 경험을 쌓는다. B팀의 목적은 철저하게 육성과 성장이다. 현재 K리그는 2군 제도가 없다. 승강제가 실시되면서 R리그가 폐지됐다. 경기를 치르는 데만 훈련의 목적이 맞춰지다 보니 선수를 성장시키기 어렵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지만 그보다는 프로 선수가 되려면 그에 맞는 환경과 시스템, 훈련 프로그램을 해야 선수 기량이 올라간다. 지속적인 선수 수급을 위해서도 이런 방식이 필요하다. 시도민구단의 예산은 빠듯하다. 이적료 10억원을 주고 선수를 데려올 수 없는 팀이라면 방법은 키우는 것뿐이다. 지속적으로 육성해서 떠나는 선수의 자리를 메워야 한다. 이 부분은 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와 더 협의를 해봐야 하지만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 육성이 아닌, 대구FC에 대한 호감을 키우기 위한 보급반의 확대와 역할 증대에 대해선 어떤 복안을 갖고 있나?
현재 팀이 축구의 보급과 취미화를 위한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그 부분은 정말 관리를 잘해야 한다. 어린 시절 축구와 대구FC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어떤 추억을 갖고 있는 지에 따라 크면서 영원한 팬이 된다. 보급반의 가장 큰 문제는 훈련과 경기를 할 곳이 없다. 프로팀은 도시 외곽에서 훈련을 해도 된다. 하지만 보급반은 접근이 수월한 도시 중심지에 훈련장이 있어야 한다. 대구시민운동장 옆 보조구장이 현재 맨땅이다. 거기에 보급반을 위한 인조잔디 구장을 만들고 샤워 시설과 적당한 규모의 관중석을 설치해 유소년 아카데미 훈련구장으로 쓰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현재 협의 중이다. 대구시민운동장은 접근성이 매우 좋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데려다 주기도 좋고, 아이들이 혼자 올 수도 있다. 그 규모를 늘리겠다. 거기서 대구FC가 친숙해진 아이들이 아빠 엄마에게 축구장 가자고 하면 가족 팬이 오는 거다.

우라와 레즈로부터 배운 중요한 흥행 요소는 가족 단위 팬층의 확대고 그것을 위한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조광래 사장의 생각이다 (사진=대구FC)
- 감독 조광래가 아닌 사장 조광래에 대해 의구심도 있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이디어가 많다. 철학도 확고히 선 것 같다.

이전에 J리그 우라와 레즈의 사장을 만난 적이 있다. 내가 물었던 건 딱 하나다. “우라와는 어떻게 그렇게 관중이 많이 오는가?”였다. 홈구장인 사이타마 스타디움이 6만석이 넘는다. 그 곳에 평균 관중이 4만이다. 우라와 사장은 자기들도 처음엔 2부 리그에 있었고 관중도 적었다고 했다. 구단에 일 잘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자신이 사장으로 취임해서 보니 다들 각 분야의 전문가였다는 거다. 마케팅 전문가, 홍보 전문가 다 있었다. 거기다가 스타마케팅도 해 봤단다. 그런데 왜 관중이 오지 않았나. 답은 그 많은 전문가들 중 축구를 하러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데 있었다. 자기 분야에서는 전문가지만 축구단에서 일하는 사람이 축구를 좋아하지 않았던 거다. 그 뒤로 각 파트 별로 구단에서 뛰었던 지역 출신 선수를 1/3을 배치했다고 한다. 행정 능력이 부족하지만 인지도가 있는 선수 출신이다 보니 지역사회에 접근하기 쉬웠다. 선수가 은퇴하면 내보내지 않고 구단에서 일하게 하면서 기업과 동호회에 코치로 파견했다. 그때부터 우라와 레즈가 녹아 들기 시작했다. 행정 전문가와 축구 선수의 시너지 효과였다. 그 뒤 흥미로운 현상이 생겼다고 한다. 은퇴 선수들이 파견된 기업과 동호회가 스스로 유소년 팀을 만든 거다. 그들이 우라와 후원회에 가입을 했고 그렇게 온 가족이 축구장으로 왔다고 한다. 우라와 레즈 관중의 70%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손자, 손녀가 모두 오는 가족 단위다. 거기서 나도 영감을 얻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축구다. 축구를 살려야 하고, 축구로 접근해야 한다. 음식점이 잘 되려면 음식이 맛있어야 하고 자동차회사가 잘 되려면 좋은 차를 만들면 된다. 그게 중심이 되고 홍보와 마케팅을 병행하는 거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 대구FC, 그리고 대구의 축구에도 봄날이 올 수 있을까?
축구만 갖고도 할 일이 이렇게 많은데 이걸 오랜 시간 등한시했으니까 대구FC가 이렇게 됐다. 변화는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의 가장 큰 스폰서는 대구은행이다. 오늘 오전에도 은행장님과 면담을 하고 왔다. 믿음을 가져달라고 했다. 내년을 꾸려갈 예산은 편성이 돼 있다. 대구FC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해 간다는 것을 지금부터 보여주겠다. 그러면 내후년에는 분명 스폰서들의 생각이 바뀔 것이다. 시도민구단에겐 지자체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관계를 잘못 맺으면 흔들린다. 그 부분은 전혀 문제가 없다. 시장님이 가장 적극적인 후원자다. 제일 큰 걱정을 덜었다. 전체적인 느낌과 분위기가 괜찮다. 대구FC가 살아날 것 같다. 팀이 바닥까지 온 상황에서 이제 치고 올라갈 때다. 중요한 건 올라가서 지속하는 거다. 다시는 이렇게까지 내려와선 안 된다. 포항이 외국인 선수가 없는 데도 저렇게 수년을 버틸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 한계는 오겠지만 미래를 보고 10년 전에 투자한 게 지금 나온 거다. 대구FC도 뿌리가 강한 팀이 되어야 한다.

- 1부 리그에 복귀하는 것도 사장으로서 이뤄내야 할 중요한 성과다. 얼마나 빨리 가능할까?
일단 팬들에게 올 시즌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한다. 올해 당장 승격이 가능할 지는 나 역시 모르겠다. 가능성이 있으니 마지막까지 도전해야 한다. 하지만 선수단에 억지로 부담을 주고 싶진 않다. 모든 일은 준비가 돼야 이뤄진다.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무리해서 1부 리그로 올라가면 또 떨어진다. 반강제로 관중을 끌어와서 1만명이 왔다고 알리면 그게 좋은 일인가? 영화가 재미있으면 사람들이 알아서 극장을 찾는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상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팬들이 좋아할만한, 와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갈 좋은 축구와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겠다. 그 다음에 1부 리그로 올라가 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겠다.

대구FC가 살기 위해선 대구스타디움이 아닌 현실에 맞고 축구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축구전용구장이 필요하다. 조광래 사장은 숙원인 축구전용구장 확보 역시 이뤄야 할 목표라고 했다 (사진=대구FC)
- 정말 부담 드리고 싶지 않은데, 축구전용구장의 탄생을 기대해봐도 될까? 아무리 좋은 축구를 준비해도 대구스타디움에서는 제대로 보기가 힘들다.

(웃으며) 홈구장 얘기가 나오니까 한숨이 나온다. 고민이 많다. 대구스타디움은 정말 큰 경기장인데, 그러다 보니 좋은 경기를 해도 더 몰입하고 흥분되는 게 어렵다. 박인규 대구은행장님 얘기가 본인이 본부장 시절 포항에서 근무를 했는데, 축구에 관심이 그리 크지 않던 때에 전용구장(스틸야드)에서 한번 보니까 제대로 흥분이 되더라는 거다. 결국 축구팬이 됐다. 주말이면 축구장에 갔다고 한다. 2009년에 AFC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할 때도 일본까지 같이 갔다고 한다. 그 기억 때문에 축구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서 우리를 지원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구스타디움에서는 그런 맛이 안 나온다. 축구의 묘미를 느끼는 건 역시 경기장 시설이 받쳐줘야 한다. 눈이 계속 그라운드에 집중되어 있어야 하는데 대구 스타디움은 너무 멀고 시선이 분산된다. 가변좌석 설치는 개인적으론 반대다. 큰 효과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구시에서 시민운동장을 리모델링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대신 시민들이 호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서야 한다. 대구FC가 어떤 당위성 없이 시에서 퍼주는 걸 기대할 순 없다. 호응을 만드는 건 성적, 그리고 저변 확대를 통해 전용구장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 그 부분은 시장님이 아닌 우리 구단이 해야 할 몫이다.

- 조광래 사장의 대구FC가 기대된다. 나중에 대구FC를 떠날 때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
조광래가 대구FC와 대구 축구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정말 보람 있을 것이다. 대구시가 축구를 통해 시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문화를 대구FC에서 만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발자취를 남기고 싶다. 트로피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하려는 변화가 시도가 아니라 결과로서, 역사로서 남았으면 한다. 지금의 계획대로 가면 언젠가는 대구FC도 황금기를 맞을 것이다. 내 개인의 도전이 아니다. 후일 경영과 행정 일선에 뛰어들 많은 후배들을 위해서도 내가 잘해야 한다. 그것이 사명이라 생각하고 ‘단디(경상도 사투리로 제대로)’하겠다.

인터뷰=서호정 기자